[로이터 논평] 분쟁을 넘어, 아프리카 식량 안보 계획

 

외국에서 벌어진 전쟁으로 인해 아프리카의 만성적인 식량 수입 의존 문제가 드러났고, 분쟁, 식량 안보, 기후변화 사이의 연쇄작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이 한층 강화되었다.

작성자: 패트릭 베르쿠이젠 (Patrick Verkooijen), 안네 베아세 트닌베네임 (Anne Beathe Tvinnereim), 아킨우미 아데시나 (Akinwumi Adesina)

때로는 전쟁의 희생자가 전장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러시아의 무자비한 우크라이나 침공도 예외는 아니다. 전쟁은 한편으로 셀 수 없이 많은 것을 파괴하고 엄청난 고통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아프리카에서 총성 없는 대참사를 부추기고 있다.

분쟁으로 인해 식량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이는 이미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2억 8,300만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1].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아프리카의 만성적인 식량 수입 의존 문제가 수면에 드러났다. 밀 수입은 40억 달러에 달하는 아프리카와 러시아 간 무역의 약 90%를 차지하며, 45억 달러 규모의 대(對)우크라이나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가깝다[2]. 전세계의 저장고가 이미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인해 곡물 운송이 중단되었다. 이로 인해 식량 수입에 의존하는 아프리카 대륙에 대규모 기아사태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아프리카의 식량 생산을 극적으로 늘려야 하는 시기가 있다면, 바로 지금이다.

실제로 아프리카의 식량 위기는 점점 악화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날씨의 패턴이 교란되어 아프리카는 물론 전세계 각지에서 농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 이는 근 5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식량 가격 폭등을 유발하고 있는 요인 중 하나이다[3]. 전쟁을 제외하면, 기후위기는 세계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점점 더워지고 있는 지구 환경에 맞게 농업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해결책이 시급히 필요하다.

이에 아프리카개발은행(African Development Bank)과 파트너들은 아프리카의 밀과 기타 작물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10억 달러를 조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로써 4천만 명의 농부들이 더위에 강한 밀, 쌀, 콩 등의 작물 생산량을 늘려 2억 명의 사람들을 먹일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이러한 노력의 핵심은 농부들에게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응해 회복력을 증대시키는 새로운 기법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 빠르게 인구가 늘고 있는 배고픈 대륙을 먹이기 위해 농부들은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해야 하며, 동시에 불규칙한 날씨 패턴, 홍수, 가뭄, 전염병, 생물다양성 상실 등에 맞서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아프리카 대륙의 취약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해 아프리카의 주도로 시작된 아프리카 기후변화 적응 촉진 프로그램(Africa Adaptation Acceleration Program)[4]에 힘입어 세계적응센터(Global Center on Adaptation)를 비롯한 개발 협력기관들은 이미 아프리카 식량 생산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소규모 생산자들에게 기후 적응 기법을 전수하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세계적응센터의 추산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농장의 기후변화 대비에 소요되는 투자 비용은 작물 손실, 재난 구호, 도로 복구, 농부들의 자립 지원 등을 포함해 기후 재난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손해의 10분의 1 미만이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서 이러한 매몰비용은 매년 2,01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그에 비해 농업 분야의 기후 적응력을 갖추는 데 필요한 투자 규모는 150억 달러[5]에 불과한 것으로 세계적응센터는 추산하고 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농부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기후, 영양 부족, 인구 증가의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회복력과 생산성이 더 높고 영양가가 더 많은 작물이 필요하다. 그러한 변화는 반드시 신속하고 대규모로 실현되어야 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2030년이면 아프리카의 국내총생산(GDP)이 15% 감소할 수 있다[6]. 이는 2020년대가 끝나기 전에 1억 명의 사람들이 추가로 빈곤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프리카의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보호하는 것은 농업 수율을 개선하고 고온 건조한 기후에 보다 적합한 새로운 작물종을 찾아 나서기 위한 길이다. 유전자은행에는 과학자들이 더 나은 작물종 개발에 사용할 수 있는 수천 가지 주요 식물 표본이 보관되어 있지만, 여러 해 동안 자금과 인력 부족에 시달리며 소장하고 있는 식물과 미래의 식량 안보가 위험에 처해 있다.

세계 작물다양성 재단(Crop Trust)가 운영하고 노르웨이와 유럽연합이 자금을 지원하는 볼드(BOLD) 프로젝트[7]는 국제 운영 기준을 충족하고 보관된 자원의 장기적 안전성과 가용성을 담보하기 위해 나이지리아, 잠비아, 케냐, 에티오피아, 가나의 유전자은행에 재정 및 기술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분쟁으로 인해 식량 가격이 상승하고 공급이 중단되고 있는 가운데, 아프리카는 식량 위기의 파국을 막기 위해 가능한 다양한 기후 회복력 구축 조치들을 대규모로 신속하게 실시해야 한다. 농업의 기후 적응에 투자하는 것은 아프리카 대륙의 식량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가장 현명하고 비용 대비 효율적인 방법이다. 우리에게는 낭비할 시간이 남아있지 않다.

패트릭 베르쿠이젠은 세계적응센터의 CEO이다. 안네 베아세 트닌베네임은 노르웨이 국제개발부 장관이다. 아킨우미 아데시나는 아프리카개발은행 총재이다.

 

[1] https://www.wfp.org/stories/wfp-saving-lives-preventing-famine  

[2] https://www.bloombergquint.com/onweb/africa-can-wean-off-russia-wheat-with-1-billion-plan-afdb-says 

[3]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1-09-15/priciest-food-since-1970s-is-a-big-challenge-for-governments 

[4] https://gca.org/programs/africa-adaptation-acceleration-program/

[5] https://gca.org/wp-content/uploads/2021/10/GCA_State-and-Trends-in-Adaptation-2021-Africa_full-report_low-res.pdf

[6] https://gca.org/reports/state-and-trends-in-adaptation-report-2021/

[7] https://www.croptrust.org/project/b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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