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DB-한국 협력, 드론으로 모잠비크 홍수 대응 역량 강화… 인명피해 예방에 기여
2026/8/19
리카틀라 상공의 ‘눈’… AfDB-한국 협력, 모잠비크 홍수 대응과 인명피해 예방에 기여
모잠비크 마라쿠에네 — 지난 1월, 프레시오사 몬들란은 침수된 집의 잔해 속에서 머리 위를 선회하는 드론을 발견했다.
“무슨 일로 온 것인지 전혀 몰랐어요. 우리를 도우러 온 것인지, 아니면 다른 목적인지 알 수 없었죠.”
그 드론은 바로 그녀와 같은 주민들을 돕기 위해 현장에 투입됐다.
리카틀라 상공을 비행한 드론은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한국, 그리고 모잠비크 정부가 함께 추진한 재난관리 협력사업의 성과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이 사업을 통해 모잠비크는 수십 년 만에 가장 심각한 수준의 홍수에 대응하면서 해당 지역에서 홍수로 인한 인명피해를 막는 데 기여할 수 있었다.
장마철에 앞서 준비한 재난 대응 역량
홍수는 1월부터 시작됐다. 마푸토주와 가자주 전역에 수주 동안 폭우가 이어지면서 빗물이 빠질 틈도 없었다. 수도 마푸토에서 북쪽으로 떨어진 마라쿠에네 지역에서는 인코마티강이 범람하면서 평소의 강과 육지의 경계가 사라졌다.
마라쿠에네 시장 아흐마드 샤피 시다트는 당시 상황을 돌아보며 말했다.
“저 아래 보이는 모든 지역이 완전히 물에 잠겼습니다. 물이 집 높이의 절반 이상까지 차올랐고, 농경지를 비롯한 모든 곳이 강처럼 변했습니다.”
침수된 주택을 떠나 이웃집으로 대피해야 했던 프레시오사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물이 우리 집까지 오지 않기를 바라며 버텼지만, 결국 물이 무자비하게 밀려들어와 현관문과 집 안의 모든 것을 삼켜버렸습니다.”
이처럼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을 때 현장에서 주민을 신속하게 찾아내고 피해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구조와 구호 활동의 핵심이다. 이번에 홍수 현장에 투입된 드론은 우연히 등장한 것이 아니었다.
2025년 4월부터 한-아프리카 경제협력(KOAFEC) 신탁기금의 지원으로 ‘드론 기반 재난관리 사업(Drone-Based Disaster Management Project)’이 추진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의 목표는 단순히 드론 장비를 제공하는 데 있지 않았다. 모잠비크 정부가 드론을 직접 운용하고 재난 상황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과 전문인력을 함께 육성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사업 책임자인 루신 엘 킬리는 “단순히 기술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활용하는 방법을 전수하고 초기 지원이 종료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사업을 통해 약 1년 만에 라이다(LiDAR) 센서가 탑재된 드론 시스템 9대, 드론 시뮬레이터, 무인수상정, 데이터 플랫폼 등이 구축됐다. 동시에 기상청, 수자원 관리기관, 지도·원격탐사 및 도로 관련 기관, 국가재난관리기관 등 정부기관에서 30명의 전문가가 드론 운용 및 데이터 분석 교육을 받았다.
교육을 시작할 당시 이들 가운데 드론을 직접 조종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신규 드론 조종사 가운데 한 명인 카티아 만자테는 “사업이 시작되기 전에는 드론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 강사들의 교육을 통해 드론 비행뿐 아니라 데이터 수집부터 분석, 결과 도출까지 전체 과정을 직접 수행하는 방법을 배웠다.
예상보다 빨리 찾아온 ‘현장 실전’
당초 교육생들은 2026년 3월 교육을 마친 후 본격적인 재난 대응에 투입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계획보다 먼저 홍수가 발생했다.
모잠비크 정부의 요청에 따라 아직 교육을 마치지 않은 교육생들이 예정보다 수개월 일찍 현장에 투입됐다. 사업을 통해 배운 기술을 실제 재난 현장에서 바로 활용하게 된 것이다.
교육용으로 활용되던 드론은 순식간에 고립된 주민을 찾고, 유실된 도로와 침수지역을 파악하며, 구조대가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의 실시간 영상을 제공하는 핵심 재난 대응 수단으로 활용됐다.
아프리카개발은행 모잠비크 사무소의 로물로 코레아 소장은 드론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드론은 단순한 장비가 아닙니다. 구조대가 현장에 더 신속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입니다.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서는 현장을 파악할 수 있는 ‘눈’이 되어주고, 적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궁극적으로 드론은 사람을 위한 도구입니다.”
이번 홍수 대응의 성과는 현장에서 확인됐다.
시다트 시장은 “마라쿠에네에서 전례 없는 상황에 직면했지만, 홍수로 인한 인명피해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이를 “승리”라고 평가하고, 아프리카개발은행과 협력 파트너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장비를 넘어, 국가의 역량으로
이번 사업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드론 장비 자체가 아니라 모잠비크가 앞으로도 자체적으로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됐다는 점이다.
2026년 7월에는 교육을 받은 30명의 드론 조종사 전원이 국가 자격을 취득했으며, 이 가운데 10명은 다른 인력을 교육할 수 있는 강사 자격까지 취득했다.
이제 모잠비크에는 단순히 해외에서 제공받은 드론 장비가 아니라, 이를 지속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전문인력과 기술 역량이 구축됐다.
국립기상연구소(INAM), 재난위험관리청(INGD), 지도·원격탐사센터(CENACARTA), 도로관리기관 및 수자원 관리기관의 기술인력은 국가 재난대응 기술위원회에 참여해 기관 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드론 조종사 헤르멜린다 나무체는 드론을 활용해 수색·구조 활동에 필요한 지도를 제작하고 있다. 그녀는 “기술 발전이 빠르게 진행되는 우리 사회에서 드론은 매우 중요한 기술”이라며, 이번 사업을 통해 드론 운용 분야에 대한 관심과 전문성을 키우게 됐다고 말했다.
마르시아 모이아네 의원 역시 이번 사업의 의미가 단순히 드론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 데 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사업은 기술뿐만 아니라 재난에 대응하는 방식에서도 큰 발전을 의미합니다. 더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함으로써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국과 AfDB의 협력이 남긴 것
이번 사례는 한국과 아프리카개발은행, 그리고 모잠비크 정부 간 협력이 단순한 장비 지원을 넘어 현지의 기술과 인적 역량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사업 초기부터 현지 전문가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이들 가운데 일부를 강사로 양성함으로써 사업 종료 이후에도 모잠비크가 자체적으로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재난 대응 역량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마라쿠에네의 강물은 앞으로도 예측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범람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모잠비크에는 이를 보다 신속하게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훈련받은 인력과 기술, 그리고 하늘에서 현장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있다.
이번 사업은 한국과 AfDB의 협력이 아프리카 현지의 지속가능한 역량 강화와 기후·재난 대응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